
심리학에서 '피터팬 증후군'은 단순한 나이의 문제가 아니다. 책임을 회피하고 변화의 부담을 외면하려는 심리적 태도를 말한다.
기업은 끊임없이 페달을 굴려야 하는 자전거에 비유된다. 나아가거나 쓰러지거나 둘 중 하나다. 성장을 회피하는 것 따위는 사치에 불과하지만, 팅커벨은 여지없이 기업들의 창문도 두드린다. 일부 중소기업 얘기인데, 기업주의 보수적 성향 탓으로만 설명하긴 어렵다. 모든 사실의 배경에는 맥락이 있을 터, 아쉽지만 정부 정책의 불균형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중소기업 지원 법률은 297개, 지원사업 1646개의 예산은 무려 35조원에 달한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세제·자금·판로·인력 등 다양한 지원은 확대일로다. 이쯤 되면 넘어지려야 넘어질 수도 없다.
중견1xbet download으로 성장하면 이른바 '졸업 페널티'를 부과받는다는 황당한 자조가 나올 정도인데, 매출과 고용 규모를 의도적으로 낮춰 중소1xbet download 지위를 유지하려는 시도가 없다면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지난해 중소기업 졸업 유예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했고, 올해는 10년 만에 중소기업 기준까지 상향할 태세다. 산업계의 풀뿌리를 보존하려는 시책 변경의 취지와 맥락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고, 균형점을 찾기 위한 관료들의 깊은 고민도 전해 듣고 있지만 아쉬움은 크다. '성장 유예'를 제도적으로 정당화, 고착화할 위험성 때문이다. 모든 중소기업이 외형 성장을 추구할 필요는 없겠지만,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기업까지 '성장을 피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게 하는 구조라면 다 같이 뒷걸음치자는 거나 다름없다.
성장을 멈춘 기업은 반드시 도태된다. 기업의 본질은 시장을 제패하기 위한 도전과 혁신, 이를 통한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에 있다. 기업의 성장은 미래의 성패를 가를 기술혁신, 산업구조 전환, 고용 안정성의 기반이다. 국가 공동체의 존속과 경제의 지속가능성은 결국 기업의 경쟁력과 기업인의 의지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장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적·제도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을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와 동일한 정책 범주로 묶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기술력과 고용 창출 역량을 갖춘 전략적 주체임에도 '지원대상'으로만 다뤄 온 관행은 중소기업의 성장 의지와 자존감을 꺾는다. 보호가 아닌, 자발적 도약을 유도하는 메커니즘을 고안해야 한다.
당연히 한때는 중소1xbet download인이었던, 중견1xbet download인들과 호흡을 맞추며 함께 걸어온 지 3년째다. 특정 1xbet download군을 비판하는 것으로 비칠까 걱정도 됐지만, 한 걸음 떨어져야 잘 보이는 법이라 양해를 구한다. 공직 시절 중국에서 근무할 때 미국이 더 잘 보였고, 민간에서 일하면서 정부의 고민과 한계를 더욱 분명히 체감했다.
트럼프의 재등장과 자유무역질서 붕괴, 국내의 정치적 혼란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다. 노동, 환경, 세제 등 기업을 속박하는 전방위적인 규제의 굴레는 꿈쩍도 않는 모양새다. 경제 전쟁터에서 승리할 힘은 결국 더욱 강한 기업의 더 큰 성장이라 믿는다. 중소에서 중견, 중견에서 대기업으로 올라서는 사다리를 부드럽지만 견고하게 연결하는 작업에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어느 때보다 조심스러운 졸고의 진심만큼은 전해지길 빈다.
이호준 한국중견1xbet download연합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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